'최종후의 통계 칼럼' 연재목록

 - 제 57차 'ISI 국제통계대회' 참관기
 - 인구동태 통계의 문제, 그리고 노후소득보장 체계
 - 춤추는 여론조사
 - 현실과 동떨어진 소비자 물가지수
 - OECD 세계포럼의 그늘
 - 인구 주택 총조사에 숨어있는 문제
 - 국가통계 체제를 쇄신하자

최종후 / 한국통계학회 부회장 겸 국가통계연구회장 / 고려대 교수

예컨대 쌀, 라면 등의 개개의 상품가격이나 자동차 보험료와 같은 서비스 요금이 과거에 00원 하던 것이 현재는 ++원 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기준시점에 대하여 현재의 물가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우리나라로서는 1936년 경성상공회의소에서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10여개 품목에 대한 물가변동을 조사한 이래 지금까지 발전해 온 오래된 기초통계이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준년도는 2005년이며, 조사품목은 상품 및 서비스 489개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1955년 이후 0, 5로 끝나는 해에 소비지출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여 기준년도를 바꾸고 있다.

지금의 물가지수 기준년도는 2005년
현행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품목은 2005년 가계조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185만원) 중에서 1/10,000 (185원) 이상 지출되는 489개 품목(상품 329개, 서비스 160개)이 선정된 것이고, 각 품목별 가중치는 2005년 도시가계 월평균 소비지출액 중에서 각 품목의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서 1000분비로 산출된다. 이로부터 ‘기준시점고정 가중평균법’인 라스파이레스 산식(Laspeyres' Formula)을 이용하여 계산된다. 산식(算式)의 성격상 기준년도에서 멀어질수록 현실반영도가 떨어진다.

가격조사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38개 도시에서 조사되며, 지수의 계산과정은 도시별로 가격지수(비교시점의 가격/기준시점의 가격)를 작성하고, 품목별 도시 간 가중치를 적용하여 전 도시의 품목별 지수를 작성한 다음, 전 도시의 품목별 지수에 품목별 가중치를 적용하여 전 도시 평균물가지수를 산출하게 된다.

흔히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 동떨어져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특정 가구나 계층을 대상으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 전체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측정한 것이므로 물가변동이 도시가구의 소비생활에 미치는 평균적인 영향을 나타낸 것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금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보합, 전년 동월대비 2.7% 상승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서민들은 체감물가는 이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 택시기본료가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랐으니 기본요금 인상률은 25% 쯤 된다. 흔히 서민들은 이와 같이 생활에 밀접한 항목의 가격변동에 대하여 체감하는 물가변동을 생각하게 된다.

금년 6월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통계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는 전언이다.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통계가 국민 체감과 다르다는 평가가 있으니 신뢰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금년 6월 7일자 중앙선데이 기사에 의하면, 한 대형할인점에 의뢰해 주요 생필품의 가격변동을 알아 봤는데 이른바 ‘MB품목’으로 불리우는 52개 생필품 중 유류, 교통비 등 할인점에서 취급되지 않는 품목을 제외한 29개 품목을 고른 뒤 1년 전 가격과 비교해 보았더니 이 중 12개 품목의 인상률이 10%가 넘었다고 전하고 있다. 배추는 1년 전 980원 하던 것이 1,480원에 팔려 51%가 상승했으며, 대파는 36%, 우유(서울우유 1L)는 23% 상승, 쇠고기, 설탕, 빵, 달걀, 식용유, 콩나물, 세제 등도 두 자리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감물가와 객관적 평균치라고 할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주된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어촌세대를 제외한 도시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평균가구’의 물가변동을 측정한 것인데 비해, 체감물가는 ‘개별가구’가 느끼는 물가변동이다. 평균가구와 개별가구 간에는 소비구조의 차이가 있으므로 통계청 발표 물가지수와 체감물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둘째, 현행 소비자물가지수 산식은 대상 품목의 구입수량과 품질을 일정하게 고정시킨 후 가격변화만을 반영하나, 체감물가는 생활수준의 변화에 따른 구입수량의 증가, 가구원 수의 증가에 따른 생계비 증가 등에 따른 가격인상까지를 물가상승으로 느끼게 된다.

셋째, 현행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품목은 소비지출 품목에 한정되고 소득세, 건강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나 체감물가는 이러한 부분까지 물가변동으로 느끼게 된다.

이것 말고도 현행 물가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사품목의 선정이나, 품목가중치를 5년마다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현실 설명력이 떨어진다고 하겠다.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기인하여 소비구조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를 반영하여 조사품목의 선정, 품목가중치 조정 시기는 시급히 재조정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1990년대 후반부터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를 매 2년마다 재조정함으로써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반영도를 제고시키고 있다.

현실반영 시급한 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반영도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작성이 실시되어야 한다. 주지하는바 우리 사회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계층별 소비품목 및 비중에서 소비구조가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소득규모에 따라 최상위 20% 계층, 차상위 20% 계층, ... 최하위 20%의 계층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 발표해야 한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우리나라의 통계청에 해당)이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지역에서는 연쇄기준지수를 적용하여 현실반영도를 제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정확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화폐의 구매력(즉, 돈의 가치)을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니, 그릇된 소비자물가지수는 화폐의 구매력을 왜곡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경기판단의 지표이니, 그릇된 소비자물가지수는 경기판단을 왜곡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디플레이터(deflator)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우리가 소득을 이야기 할 때 실질소득, 명목소득을 말하는데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어 얻은 것이며 이때 사용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디플레이터라고 한다. 때문에 그릇된 소비자물가지수는 실질소득을 왜곡한다.

금액으로 표시된 통계자료를 현재 금액이 아닌 과거 어느 시점의 금액으로 환산하여 비교할 필요가 있을 경우 두 시점 사이의 소비자물가지수 비율로 나누어 과거 시점의 금액으로 환산한다. 국민소득계정, 도소매판매액 등 금액으로 표시된 통계자료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로 나눔으로써 가격변동효과를 제거하는 것이니, 그릇된 소비자물가지수는 그 모든 것을 그릇되게 한다.

이 밖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근로자의 임금인상, 생명보험료, 연금 등의 산정과정에 기초자료로 이용되며, 정부의 물가대책 및 가구 저축에 대한 이자율책정, 경기동향 측정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이니 그릇된 소비자물가지수는 그 모든 것을 그릇되게 한다.

이렇듯 소비자물가지수는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이것이 그릇 작성된다면 정부에서 운용하는 경제시책수립에 오류를 초래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 물가지수가 현실설명력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데 왜 개선되지 못하는 것일까?

통계청의 제1 임무는 완벽한 기초통계 작성
통계청은 말한다. 인적, 물적 토대가 취약하다. 인력이 모자라고 예산이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처럼 계층물가지수를 구현하려면 일의 양이 크게 늘어나게 되니 맞는 말이다. 그러하나 주어진 제약하에서의 통계청의 해법 또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이러한 말이다. 통계청에는 조사대행과라는 것이 있다. 조사관리국이 신설될 때 생겨난 역사가 일천한 과이다. 중앙통계기관으로서 통계조사를 수요로 하는 정부부처 및 지자체의 조사를 대행해 주겠다는 발상이다.

통계행정에 대한 철학빈곤의 소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두말 할 나위 없이 국가 중앙통계작성기관으로서 통계청의 제 1의 임무는 흠결없는 기초통계를 작성하는 데에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운용하는 경제시책수립의 근간이 되는 기초통계이다. 기초통계를 완비하는 데에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판국에 누구 일을 대행해 준다는 말인가. 조사대행과의 인력과 예산을 소비자물가지수를 완비하는데 힘을 보태길 바란다.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곳이 어디 한 두 곳이랴.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대로 지역발전의 기초 인프라정보인 지역국민소득통계 GRDP(Regional GDP)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남의 일을 대행해 줄 여력이 있는가?

필자는 지난 글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16개 시·도 기준으로 통계청이 생산측면과 지출측면의 국민소득통계를 개발하여 매년 생산하고 있으나 분배측면의 시·도 기준 국민소득통계는 역시 작성되지 않고 있다. 234개 시·군·구별로는 경기, 강원, 경북, 경남, 대전 등 5개 시·도만이 산하 시·군·구에 대해서 생산측면의 국민소득통계만을 매년 생산하여 공표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한 집안의 가계부에 비유하자면 수입항목만이 기록되고, 지출항목은 기록되지 않는 파행적인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여타 지자체에서는 그나마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선 10년을 지나고 지방화 시대라는 지금에도 지역발전의 기초 인프라정보인 지역국민소득통계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정부의 합리적 행정 구현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 다시 강조한다. 국가 중앙통계작성기관으로서 통계청의 제 1의 임무는 완벽한 기초통계를 작성하는 데에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의 기본지수 이외에 보조지수로 상품성질별지수,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체감물가와 괴리된다는 세상의 지적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나타난 것들이다. 그러하나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의 괴리 현상은 지속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의 기본지수 개선에 총력을 경주할 일이지 보조지수에 매달리면 안된다.

통계청은 이용자가 이용할 ‘깨끗한 물’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관이지, 물을 가공하여 ‘술, 쥬스, 커피’를 공급하는 곳이 아니다. 이용자가 ‘깨끗한 물’을 이용하여 술도 만들고 쥬스도 만들고 커피도 만들어 마실 일이다. 보조지수는 마치 ‘술, 쥬스, 커피’와 같은 것이다.

조사시기 5년에서 2년으로 재조정해야
단지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의 개선에 총력을 경주할 일이다. 이를 위해 조사품목의 결정, 가중치 산정의 기반이 되는 ‘가계조사’의 개선을 위해 가일층 정성을 기울일 것이며,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반영도를 높이기 위하여 조사품목의 선정, 품목가중치 조정 시기를 5년에서 2년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또한 계층별 물가지수 산출을 위한 기반확충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도 고쳐져야 한다. 기관장의 잦은 인사교체, 이에 따른 국, 과장의 잦은 인사이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전문성은 결여되어 있고, 직무 담당자의 소명의식도 부족하다. 수삼일전에도 겪은 일이다. 11월 초에 있을 한국통계학회 학술대회의 국가통계연구회 기획세션은 ‘인구동태통계의 문제와 대안’이다. 3명의 발제자 선정을 위하여 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는 교수를 통하여 인구동태통계를 담당하는 과장에게 요청하여 통계청이 발제 중 하나를 맡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러한 응답이 왔다. 과장도, 실무 담당자도 최근에 모두 바뀌어 응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인구동태통계는 사망원인별, 연령별, 지역별 사망자수, 사망률, 80세 이상 고령인구 등을 포괄하는 국가 기초통계로서 매우 중요한 통계이다. 이를테면 보험산업의 생명보험요율은 이에 기반하여 정해진다. 우리나라 인구동태통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고자 하는 한국통계학회 국가통계연구회 기획세션 참가 제안에 대한 통계청 주무 부서의 반응을 접하고 기가 찼다.

국가통계업무는 대단히 전문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통계청 내에서는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신장하도록 잦은 인사이동을 지양하고, 업무담당자의 업무개선을 위한 분석 및 연구역량을 신장시켜야 한다.

통계청 인력의 핵심 역량을 기본 업무에 집중시켜야 한다. 타 기관의 통계조사를 대행해 준다거나, OECD 세계포럼 같은 장식용 행사에 힘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통계청은 ‘정확한 기초통계작성’ 이라는 기본 임무 수행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말해 무엇하랴!

국가통계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