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배추값 폭등에 대응하는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의 특별 이벤트에 가상화 기술이 적용돼 화제를 낳고 있다.

농협중앙회 IT본부분사(상무 김일현)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김제임스 우)와 공동으로 ‘하이퍼-V’와 ‘시스템 센터(System Center)를 적용, 9일만에 이벤트 인터넷 사이트를 오픈해 성공적으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배추값 잡아라 '특명' = 지난 9~10월 사이에 벌어진 배추값 폭등은 사상 유례없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농협중앙회는 2010년 10월 6일 2000원의 가격으로 300만 포기를 예약 판매한다는 ‘배추가격 안정화 대책’을 마련했다.

▲ 농협중앙회가 한국MS와 공동으로 지난 12일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김장배추 예약사이트'

현안 특성상 배추값 안정을 위해 한시라도 주저할 수 없다 보니 예약 판매 개시 시점은 10월 12일로 잡혔다.

트래픽이 폭주할 특별 이벤트 실시에 필요한 IT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사전 검토까지 합해야 9일 정도에 불과했다.

신규로 서버 자원을 확보하고 데이터베이스 설치와 웹 서비스 구현 등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농협중앙회는 가상화 환경으로 서비스를 제공키로 결정하게 된다.

◆7일만에 서버, DB 등 구성 = 농협중앙회 IT본부분사는 배추 값 진화를 위한 ‘농협 김장 배추 예약 판매’ 사이트(kimchi.nonghyup.com/) 준비 과정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10월 4일 정식 가상화 적용을 요청했다.

당시 확정된 내용은 10월 12일부터 매일 30만 포기씩 10일 간 예약 판매를 한다는 것이었다.

10월 5일 긴급히 소집된 회의에서는 기존 NH쇼핑 홈페이지 운영 인프라를 재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안을 찾을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있었다.

당시 기본 전제 조건은 NH쇼핑 홈페이지(www.nhshopping.co.kr)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쇼핑 서비스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별도의 서버 자원을 마련해 확장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문제는 단 몇 일 만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농협중앙회 IT본부분사 유병천 시스템 팀장은 “이번처럼 긴급하게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비스 준비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거래가 짧은 시간 내에 폭주하는 상황에 대비하려면 물리적으로 서버를 쌓아 올리는 종적 방법이 아니라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서버를 배포할 수 있는 횡적 증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퍼-V 환경이 ‘농협 김장 배추 예약 판매’의 기반으로 결정된 10월 7일 그리고 10월 8일 마이크로소프트 프리미어 서비스 엔지니어들이 투입돼 웹 개발 및 튜닝, 웹 서버 구성 점검, 데이터베이스 최적화, 부하 테스트 등의 작업을 했다.

개발과 구성을 마친 후 모두가 가슴 졸이며 수행한 부하 테스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0만 순간동시접속자를 감안한 부하 테스트에서 CPU 사용률 20% 이하에서 모든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실제 예약 판매가 실행된 12일 오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전 10시 예약이 시작되는 동시에 농협중앙회 IT본부분사의 상황실에 설치된 대시보드의 모든 수치는 가파르게 높아졌다.

반면에 변치 않는 수치가 있었는데 바로 CPU 사용률이었다.

당시 순간동시접속자 수는 11만 4000에 달했는데 CPU는 20%를 넘어서지 않았다. 이후 10일간 이어진 예약 판매는 한번의 장애도 없이 순조롭게 치러졌다.

유병천 팀장은 “순간동시접속자 수가 11만 4000명까지 치솟아도 CPU 사용률은 20%를 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놓고 볼 때 300만 포기가 아니라 1000만 포기라도 예약을 받는 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가상화 환경의 안정성을 극찬했다.

농협중앙회의 배추 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타 유통 업체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롯데마트, 이마트, 아이쿱생협 등의 유통 업체들이 시중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김장 김치 예약 판매 대열에 참여한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예약 판매 그리고 유통 업체들의 참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배추 값은 한국물가협회 자료 기준으로 2010년 10월 3800원 선까지 안정화 됐다.

◆가상화, 클라우드 성공은 '긴밀한 협업' = 이번 작업에서 긴밀한 협업은 프로젝트 성공의 전제 조건이었다.

단순히 서버 자원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위에 올라가는 웹 서비스와 데이터베이스 등에 대한 준비 역시 만전을 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IT본부분사 진선종 차장은 “이번 프로젝트 역시 초기 요청 사항은 일종의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차원의 준비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PaaS(Platform as a Service)와 SaaS(Software as a Service) 적인 준비까지 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리미어 서비스 조직과 긴밀한 협력이 아니었다면 IaaS, PaaS, SaaS에 대한 연계성을 가지고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천 팀장은 “2008년부터 가상화에 대한 장기적 전략을 세워 진행해온데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맨파워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등이 서로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 점 등 이번 처럼 시급한 과제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유병천 팀장은  “특히 이번 대응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처음 요청 내용은 예약 판매를 지원할 수 있는 서버 자원 확보 정도였다. 흔히 말하는 IaaS에 대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고객에게 그 이상의 것을 제공했다. 가상화된 서버 상에 웹 서비스를 올릴 플랫폼을 구성했고 이에 대한 튜닝 및 운영까지 일괄 처리, 고객에게 ‘농협 김장 배추 예약 판매’를 SaaS 형태로 제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