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장애와 ISO 인증 무관" 공식해명

지난 24일 한국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 전산장애 관련 뒷말이 무성하다. 책임자 문책론부터 시청 탓까지 갖가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수많은 책임론에 앞서 한국씨티은행의 IT사고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사고 당일 배포한 ‘전산부문 IT 서비스 관리 및 품질 경영 관리 국제 인증’ 인증 획득을 조롱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고경위는 = 한국씨티은행 장애는 지난 24일 오전 11시경 영하 15도의 기록적인 강추위가 몰아친 가운데 발생했다.

한국씨티은행 본점 전산실은 3층. 5층에 있는 실외 냉각기가 추위를 이기지 못해 터졌고 냉각기와 연결된 각종 수돗물이 3층 서버실로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메인프레임 등 서버장비는 장치 특성상 일정한 높이를 두고 설치돼 있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네트워크 관련 장비와 케이블에 직접적인 누수가 발생했다.

네트워크 장비 손상은 결국 모든 전산시스템 중단으로 이어졌고 한국씨티은행은 현대정보기술 마북리 DR로 전환 후 당일 업무를 처리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26일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인터넷뱅킹을 6시간 동안 일시중지하고 용인의 백업시스템에서 인천의 주전산 시스템으로 복구를 마무해 26일 오후 모든 서비스를 정상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90년대 초반 도입한 냉각기 = 이같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냉각기는 통상 외부에 위치한다.

냉각기는 항온항습 장비와 연동, 온도조절 등 용도로 사용한다. 장비 특성상 강추위에는 장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씨티은행 출신 관계자는 “1992년 도입한 것으로 안다. 1994년 비슷한 사고가 발생, 교체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15년 이상된 장비”라고 설명했다.

통상 냉각기 내용연수는 10여년이고 관련 배관 역시 10여년을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관리주체의 문제점 드러나 = 문제점이 드러난 냉각기의 관리주체에 대한 논란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냉각기 관리부서는 통상 사무지원부 또는 총무부에서 관리한다. 공조시설이기 때문에 전산부 사용이 많기는 하지만 통합 관리부서에서 맡아 운영한다.

전산부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관리주체 문제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아울러 현재 사용중인 인천 한국씨티은행 본점 건물이 인천광역시 소유라는 점에서 이같은 설비 운영에 은행이 주도적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다만 은행이 당초 문제점을 빠르게 인식, 시에 정확한 진단 및 보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씨티은행 책임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연간 800억원대 소극적 투자 = 한국씨티은행은 연간 3200억원대 순이익(2009년 기준)을 거두고 있다.

IT예산으로 800~1000억원 정도를 산정하지만 해마나 ‘실행예산’은 줄어 신규 사업 및 시설투자는 점차 줄어들었다는 게 은행 안팎의 전언이다.

이번 사고는 한국씨티은행의 소극적인 IT투자가 빚어낸 결과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편 사고 당일 오전 한국씨티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IT 서비스 관리 (ISO/IEC20000-1:2005)와 품질 경영관리 (ISO9001:2008) 인증을 공식 취득했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IT센터 수준진단(Tier)에는 냉각기, 항온항습시스템, 냉각수 및 펌프시스템, 냉수 및 냉각수 공급경로, 냉각탑 보충수 공급 등도 평가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ISO 인증 과정에 이같은 진단이 포함됐을 경우 인증에 현격한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와 ISO 인증 무관 = 이와 관련 한국씨티은행은 본지에 ‘이번 장애는 IT부서나 ISO 인증과는 무관하다’는 공식입장을 전해왔다.

아울러 장애원인은 냉각기가 아닌 냉각파이프라고 사고원인을 정정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4일 발생한 전산 장애의 원인은 인천 전산센터가 위치해 있는 건물의 실내공조시스템 자동제어장치가 오작동돼 5층 공조설비의 난방파이프가 파열 누수됨에 따라 3층에 위치한 네트워크 장비가 침수로 작동 중단돼 발생했다. 서버나 스토리지 등 주전산기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네트워크가 불통되면서 인터넷뱅킹을 비롯한 모든 대외계 전산업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은 “전산센터는 최근 영국표준협회로부터 IT서비스관리와 품질경영관리에서 국제표준을 인증받았다. 이번 전산장애는 전산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ISO인증과는 무관한 장애였다”고 덧붙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