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절차에 나선 우리은행(은행장 이종휘)이 운영중인 주전산기의 다운사이징 검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의 이런  검토는 지난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으며 향후 2년이내 구체적인 실행계획 수립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보고서가 나온 지난 9월은 한국IBM과 주전산기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앞둔 시점(10월)이라 은행 안팎에서는 ‘IBM 협상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1000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OIO 비용에 대해 우리은행 경영진이 타당성 및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OIO계약은 IBM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나의 창구를 통해 제공받는 것으로 IT부문의 복잡성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29일 본지가 입수한 ‘WINS HOST 증설 중장기 계약 추진’ 관련 보고서에서 호스트 용량 최적화 방안과 서버환경 전환 검토 두 가지 안을 두고 내부 공론화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버환경 전환 검토 관련 명분은 역시 ‘IBM의존도 탈피를 위해 서버를 전환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고 명기돼 있다.

이 보고서는 1차 검토에서 “2007년 정보계 호스트의 서버환경 전환을 검토했으나 계정계 호스트와 서버간 대용량 데이터 이동기술이 불완전해 검토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2010년 IBM 호스트 장비의 상암동 이전에 집중해 왔고 지난 7월 계정계와 정보계 호스트의 서버 환경 전환을 검토했다고 이 보고서는 적시했다.

농협중앙회 등 계정계 오픈 환경 전환 금융사가 확대됨에 따라 관련 기술적인 리스크도 줄었기 때문에 타당성 검토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홍현풍 IT지원부장은 “우리은행은 다운사이징 관련 검토를 지속해오고 있다”며 “기술적인 리스크 해소, 비용문제 등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장은 이어 “대원칙은 IT효용성 측면에서 엔드유저, 즉 은행 사용자 그룹의 지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IT측면에서 자원효율성을 근거로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한 방향으로 다운사이징 전략을 리뷰 중”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한편 이 보고서는 “서버전환 효과가 검증돼도 세부 실행방안 수립 및 시행에 최소 2년 이상 소요된다”고 명기해 서버전환 검토가 IBM과 OIO 계약을 체결하는 근거만 제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즉 은행 IT지원부 및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은행 경영진에게 934억원(VAT별도)에 3년 계약을 전제로 한 OIO 계약을 설득력 있게 접근하기 위해 이 보고서가 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사회 부의된 보고서 내용은 ‘IBM 메인프레임 용량 최적화 및 증설 검토’가 대부분이다.

특히 3년 중장기 조기계약의 타당성 및 할인율 등을 명기하며 계약 혜택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결국 7~9월 이 보고서가 제작되는 동안 우리은행과 한국IBM은 OIO계약을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했고 다급해진 IBM이 13.7% 할인율을 제시하며 861억원에 계약하겠다는 협상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우리은행과 한국IBM은 이 할인율을 적용한 861억원대 가격으로 3년 장기 OIO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우리은행은 다운사이징 검토는 지속하지만 경우에 따라 한국IBM ‘군기잡기용’으로 이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형적인 예를 남기게 됐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민영화 및 통합 등 다양한 변수와 농협 다운사이징 사례 등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우리은행이 고비용 구조의 메인프레임을 지속적으로 고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