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자사 서버 사야 ‘DBMS 할인’ 으름장도

시간을 끌다 밀리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애초의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일까. 국민은행(은행장 이건호)의 스마트사이징이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10일 업계 및 국민은행에 따르면, 주전산기 변경을 위한 서버 성능테스트가 사실상 완료 시점에 이른 가운데, 은행 내부에서 스마트사이징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고, 한국IBM, 오라클, 티맥스소프트 등과 소통도 난맥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이 촉박한데… = 당초 지난 2월 완료하기로 했던 국민은행 주전산기변경 BMT는 지난주 완료하는 것으로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빨라야 이번주(3월 10~14일)나 마칠 것”이라며 여전히 BMT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MT 연기 배경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명쾌하지 못한 지점이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중이다.

자동변환율이 기대치에 못 미친 약 60% 수준이라는 얘기를 비롯해 오픈프레임 사용에 대한 기술적인 이슈 등 총체적 난국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전체 일정으로 놓고 보면, 국민은행에게 주어진 스마트사이징 만료기한은 내년 5월까지다.

2015년 7월 한국IBM과 OIO가 완료되는 만큼 약 2개월 전에는 가동하고 문제점을 수정한 후 7월 메인프레임 계약만료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BMT가 이달에 완료되면 이를 중심으로 4월경 제안요청서 발송, 1개월 동안 제안기간 및 설명회를 거치고 5월초 우선협상에 착수, 인력이 선투입된다 해도 약 1년 즉, 내년 5월 가동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굳이 1년까지 시간은 필요없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제안일정 조차 진도를 내지 못한 현 시점에서 국민은행만 아쉬운 꼴이 되고 있다.

◆오픈프레임 사용, ‘미들웨어를 2개 사용해야 한다?’ = 현재 국민은행이 측정한 BMT는 현 메인프레임에 탑재된 프레임워크의 자동변환, 프로그램 소스변경, 한글데이터 처리, 데이터정합성, 스마트사이징 대상 업무 외 업무의 재활용 여부, 서버 사이즈 등이다.

이중 자동변환 관련, 티맥스소프트 오픈프레임을 사용해 메인프레임을 변환할 경우 국민은행이 추구하는 TP-모니터 구조를 미들웨어 구조로 변경해야 한다는 난제가 나타났다.

과거 2012년 가진 PoC 수행 과정에서도 메인프레임 내 CICS를 ‘오픈프레임 온라인’으로 대체해 시행한 바 있다.

이번 BMT 과정에서 티맥스소프트는 대용량 서버의 자동변환을 위해 오픈프레임 기반 자사 미들웨어 탑재를 고수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은행이 변경하기를 원하지 않는 TP-모니터를 대폭 손질해야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업무와 호환성 테스트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고, 따라서 오픈프레임을 활용해 기존업무 프로그램 연계 ‘코볼 기반 CICS 컴파일러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은행측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다.

자칫 오픈프레임 위에 미들웨어, 그 얹저리에 CICS를 탑재하는 기형적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라클 ‘파격 할인 그 이면에는…’ = 이같은 기술적 고민 속에 오라클 난제가 나타났다.

최근 국민은행이 사전 견적을 받는 과정에서 오라클이 자사 하이엔드 서버를 구매하면 DBMS 구매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한다는 제안에 나선 것이다.

반대로 자사 서버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즉 IBM이나 HP 서버를 도입하면 막대한 DBMS 구매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소문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스마트사이징’ 초기 추진 과정에서 우려했던 ‘혹(IBM) 떼려다 혹(오라클) 붙인 꼴’이 현실화되는 대목이다.

◆한국IBM OIO 3개월 연장에 350억원 구두 견적說 = IBM도 더 이상 국민은행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전산기변경 BMT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한국IBM에 ‘OIO를 약 3개월 연장할 경우 가격견적’에서 충격적인 350억원이라는 구두견적이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네고가 가능한 견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7년 OIO 계약에 연간 300억 안팎을 지급했던 국민은행이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21만 5000밉스를 사용하는 국민은행은 OIO 계약에 있어 특별할인을 받아왔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은행이 더 이상 한국IBM의 최고 고객이 아닌데 그 특별할인을 적용할 필요가 있겠느냐, 아마 일반 할인율을 적용해 설명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국민은행 전략본부가 EY한영과 함께 수행한 컨설팅에서도 ‘OIO 연장을 고려할 경우, 월 100억원 이상은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000억정도 투입 예상…2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 국민은행이 ‘스마트사이징’에 예상한 비용은 약 1000억원 가량이다.

1000억원에는 SI 인건비, DBMS 등 각종 기업용 SW 구입, 서버도입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며, 메인프레임 매각 비용 2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800억원 가량을 은행이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민은행이 예상해 왔다.

그러나 자칫 일정이 늦어져 한국IBM OIO를 월별로 연장하거나, 그 기간이 늘어나게 될 경우 수백억대의 추가비용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덧붙여 현재 국민은행이 사용중인 메인프레임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서버 리소스를 크게 요구하는 구조로, 개방형 표준계열 서버가 상상을 초월하는 구매비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즉, 단순 리호스팅을 추진할 경우 과거 단순 밉스치를 Tpmc로 변환한 값보다 실제 서버도입 수량은 수십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3년, 은행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전략본부가 컨설팅 완료 후 약 3개월여 시간을 지체한 여파가 은행 직원들이 어렵게 번 돈 수백억원을 앉은 자리에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은행 스스로 IBM, 티맥스소프트, 오라클 등 벤더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회의실 난상토론’의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