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전산시스템 장애 배경과 관련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는 국민은행 홍보실을 통해 ▲27일 실시한 PM이 정기PM(정기유지보수, Preventive Maintenance) 이었는지, 긴급PM이었는지 ▲긴급PM이었다면 사유 및 대상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는지 ▲PM후 배치작업이 이뤄지는데 혹시 이 배치작업이 은행 영업시간 개시 전에 완료되지 않아 영업시간 중에도 배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는지 등을 취재했으나 은행측에서는 “원인 규명 후 공식입장을 발표 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본지에서는 전산을 중단시킨 장애 지점보다, 중요한 원인 규명에 필요한 몇 가지 의혹을 정리해 봤다.

◆27일 일요일 PM 실시 배경은 = 취재결과 국민은행은 지난 6월 27일(일요일) PM을 실시했다. PM은 컴퓨터 조작 중 고장 방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해 고장이 발생하기 쉬운 개소를 중심으로 사전에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PM 방식은 주전산기부터 각종 업무시스템까지 일괄 전원을 다운시켰다가 올리기도 하고 PM 대상이 된 일부 장비 및 업무만 중단시키고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업계에서는 이 PM은 거래량이 가장 적은 시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PM 결과에 따라 시스템 정지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정해야 할 프로그램이 많을 경우 당연히 시스템 다운시간이 길어진다. 이 경우 은행 영업시간 전에 가까스로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거래량이 많은 시기를 택할 경우 CPU, 메모리 등 각종 기본 시스템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매달 10일경 전후를 PM 시기로 택한다는 것이다.

◆“월말 PM이 긴급상황이었다”는 주장 나와 =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월말 PM을 실시하지 않는다”며 “국민은행이 월말에 PM을 실시했다면 긴급PM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은행 업무 프로세스상 급여 이체일이 많은 25일이 지나면 26일에 소위 자동이체(센터컷)을 처리한다.

센터컷의 종류와 양은 메인프레임 CPU의 10% 이상을 소진할 만큼 막대하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26일이 토요일로 은행 영업일이 아니기 때문에 월요일 센터컷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센터컷은 전 은행이 공통 적용됐다.

결론은 월요일 센터컷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은행에서 전날 PM을 실시했다면 월요일 보다 원활한 거래 처리를 위한 긴급한 조치였을 것이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따라서 긴급PM이 실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대상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느냐 하는 점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은행 영업시간 주 배치작업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 = 긴급PM까지 문제없이 처리됐다고 가정할 때 메인프레임과 디스크간 인터페이스 과정에 데이터 행이 걸리는 사고 발생은 통상 거래량 폭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논란은 따라서 이미 수차례 이같은 센터컷이 처리됐는데 거래량이 늘어 DB서버와 디스크 인터페이스간 로드밸런싱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업계에서는 은행 영업시간 중 배치작업을 시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날 실시한 PM작업이 예상시간보다 길어져 배치작업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은행 영업시간까지 이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배치작업은 통상 거래의 2~3배이상 CPU에 무리를 준다. 따라서 DB서버 CPU가 일반 거래처리와 배치처리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용할 부하분산처리 용량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DB서버에 행이 걸린다 해도 경고 메시지 전달과 함께 바로 수정 처리될 수 있었는데 데이터량 이 관계자는 폭주로 인해 대기 쿼리가 급격히 늘어난 게 주전산기 다운의 원인일 것으로 추론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