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불거진 외환은행(은행장 래리 클레인)과 한국IBM(대표 이휘성)의 MQ시리즈 라이선스 분쟁이 평행선만 긋고 있다.

20일 외환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고의로 MQ 시리즈를 확대 사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IBM은 "엄연한 불법사용"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은 이런 상황에서 MQ 시리즈를 사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 솔루션의 조사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모 솔루션 업체를 통해 성능테스트까지 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외환은행 MQ시리즈 제품의 교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두 회사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MQ시리즈’ 폐기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성능테스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측은 상호 실수를 인정하는 선에서 그동안의 논란을 마무리하고 재계약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인 타결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라이선스 분쟁의 본질은 = 외환은행과 한국IBM의 갈등은 2004년, 2007년, 2008년 한국IBM의 한국내 MQ 판매 파트너사에서 구매한 제품의 라이선스 범위 해석으로 인해 발생했다.

구매 전 외환은행은 제안서, 견적서 등을 통해 MLC(Monthly Liscence Charge)의 범위를 구매가격보다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사전 승인을 얻었다.

예컨대 구매가격대로라면 12개월만 사용할 수 있지만 관행처럼 13~14개월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IBM 소프트웨어 그룹의 책임자로 크리스토퍼 바르 전무가 부임하면서 이 관행적 정책을 무시하고,  ‘원칙 대응’에 나선 것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다.

지난해 말 크리스토퍼 바르 전무는 “한국내 고객들이 계약보다 확장해서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체계를 점검하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외환은행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외환은행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고의로 확장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은행 측은 2004년, 2007년, 2008년 구매한 제품이 모두 계약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계약서에 조항이 없었던 것이다. 즉 제안서, 견적서에는 있는 내용이 정작 계약서에는 빠져 있던 것이다.

외환은행 측은 “업체가 은행을 속인 것이다. 한국IBM 채널사는 제안서, 견적서에 있는 근거에 따라 계약서를 제시하고 작성해야 하는 거래수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제안할 때와 견적낼 때는 전산부와 협의를 거쳐 MLC 라이선스를 확장했기로 했지만, 계약은 사무지원부에서 한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라고 외환은행 측은 규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올 3~4월경 한국IBM측 이휘성 대표의 지시로 김원종 전무, 강석영 전무 등이 나서 중재를 시도했으나 크리스토퍼 바르 전무의 무리한 협상안 제시로 무산된 바 있다.

◆은행측 실력행사에 IBM 조정자 없어 ‘발만 동동’ =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측은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내 일부 직원 내에서는 향후 IBM과 거래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자사에서 사용중인 한국IBM 소프트웨어를 전면 리뷰하는 동시에 대체 제품이 있는 경우 IBM 제품 교체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측은 이미 웹스피어, 티볼리 등 제품 교체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은 이어 올해 한국IBM과 체결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갱신 계약(Subscription & Support, 이하 SNS)’을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써드파티 소프트웨어 및 각종 시스템 소프트웨어, 프리미엄 서비스를 담고 있는 이 SNS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은행 시스템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홍보실은 “외환은행과 한국IBM은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입장만 전달했다.

◆해법은 없나 = 업계에 알려진대로 이 문제가 법적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회사 모두 귀책사유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계약된 라이선스보다 확장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한국IBM은 이를 묵인해 오다 외국인 책임자가 오면서 문제를 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한국IBM 채널사의 경우 은행측에 통보도 없이 제안서 및 견적서 내용과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일종의 ‘속임수’까지 동원했고 한국IBM은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 때문에 법적인 분쟁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협상의 묘가 필요한데 두 회사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3자의 중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한국IBM의 이같은 MQ시리즈 라이선스 갈등이 다른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어 제2의 오라클 유지보수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