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개발이 난항이다. 과거에는 어쩌다 큰 사건으로 불렸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다반사가 됐다.

업계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원인은 발주처 발주방식을 포함한 총체적 문제라고 전하고 있다.

발주부터 개발 프로세스 모든 과정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장의 아우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흥국생명과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이던 차세대시스템 계약해지에 나섰고,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던 메타넷디지털은 손실규모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의 난항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인수된 C사의 국민연금 단위업무 개발 사업 역시 적자를 예고하는 등 IT프로젝트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예견된 계약해지…한화시스템 “표정관리 중(?)” = 한화시스템은 지난 4월 18일 공시를 통해, 흥국생명과 396억원 규모의 계약해지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차세대 IT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1년 9월 한화시스템을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같은해 12월 착수보고회를 갖고 본 사업에 나서는 듯 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차세대 IT요건에 대한 분석·설계가 마쳐질 즈음, 2022년 태광그룹 전반에서 이상한 기운이 전해진다.

2022년 느닷없이 흥국생명과 한화시스템은 ‘계약을 변경했다’며 개발은 6개월후에 추진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명분상 한화시스템이 맡고 있는 한화생명 차세대 가동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지만, 두 회사 안팎에서는 ‘계약 변경’ 과정 전반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단적인 예로, 같은 시기 흥국생명은 차세대추진실을 축소하고 인력을 대거 교체했다는 점에서 이미 차세대 IT개발 중단 소문이 업계에는 파다하게 퍼졌다.

여기에 덧붙여 차세대 IT개발 이후 산출물을 인수받아 흥국생명 IT부문 운영에 나서야 할 자회사 티시스 해체설도 들렸다.

결국, 흥국생명은 자의반타의반 한화시스템의 꼬투리를 잡아 차세대 IT프로젝트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를 놓고 두 회사 공방이 이어지게 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한화시스템이 곤혹스러워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기고 있다”며 “고작 396억원에 기간계, 일부 핵심채널 시스템, IT 인프라를 전면 개편한다고 했던 애초 흥국생명 차세대 사업 자체가 손해나는 사업이었다. 한화시스템 입장에서는 최근 신한EZ 손보를 비롯해 작년 LG CNS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KB손보, KB생명 등 흥국생명 이상 산뜻한 사업들이 있는데 굳이 흥국생명 사업에 골치 썩을 필요가 있겠나”라며, 한화시스템이 강력하게 흥국생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총 396억원 사업에 24개월 개발의 흥국생명 차세대 범위는 보험코어를 포함한 기간계 C언어 자바 리팩토링, AICC 도입 등 예산에 비해 넓은 사업범위로 프로젝트 초기부터 부실개발 우려가 높았다.

◆공공 IT 프로젝트 ‘연기…연기…’, 민간업체들 적자 눈덩이 = 공공부문 IT개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먼저,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메타넷디지털(옛 대우정보시스템)이 맡아 이 부실화 논란속에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행정안전부 주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추진한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총 2단계에 걸쳐 추진됐다.

지난 2019년 삼성SDS를 1단계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2020년 7월까지 주요 업무에 대한 분석·설계를 마치고, 2차 사업 발주를 앞두고 있었다.

이후 삼성SDS가 2차 이후 사업 참여 불가를 선언했고, 추가 입찰을 통해 2022년(사업기간 : 2021년 12월 31일~2023년 2월 18일)부터 메타넷디지털(옛 대우정보시스템, 부사업자 : 오케스트로)이 사업을 맡게 됐다.

총 1021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 1월 설명절 연휴를 기해 가동을 준비했으나, 아직도 가동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S가 빠져 나올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 사업을 왜 메타넷이 맡았는지…”라며, 혀를 찼다.

5월 현재까지 메타넷디지털의 손실규모가 적어도 약 80억원 안팎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메타넷그룹 내부에서는 사업을 포기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된 C사는 지난 2022년부터 개발해 온 국민연금 ‘공동 연계급여정보시스템 재구축(1차, 2차)’ 사업에서 적어도 40억원 적자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시스템 오픈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67억원 전후 예산에 개발기간 13개월인데, 적자만 40억원을 훌쩍 넘고 있다는 전언이다.

C사 매각대금이 83억원으로 알려져 M&A 비용에 추가 40억원이 더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뱅크웨어글로벌이 허우적대고 있는 OK저축은행 가동도 안개속이고, 연내 가동한다는 목표만 있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보장보험 시스템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공공-민간 할 것 없이 IT현장이 붕괴되고 있다.

한편, 연기를 거듭해 온 우체국금융 차세대는 오는 5~8일 연휴를 기해 본격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