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IT투자에 소극적인 국내 금융권이 정부당국 움직임에 맞춰 3대 규제 대응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및 국회는 가상자산 신고 의무 강화, 해외금융계좌 납세 관련 정보, 이를 통한 자금세탁 방지 강화를 골자로 각각 법 개정을 추진하거나, 예고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이 시급히 처리할 이상거래탐지 시스템 강화를 비롯해 연계 ‘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FATCA)’ 대응, 자금세탁방지 등에 IT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IT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정치권 이슈(가상자산, 해외금융계좌 신고, 이상거래탐지, 자금세탁방지 등)가 금융회사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IT투자를 축소하고 규제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금융권 분위기를 전했다.

먼저 금융감독당국은 9조원 규모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발생한 은행권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발표를 통해, 은행연합회, 국내 은행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상 외화송금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은행 영업점부터 본점까지 비정상 외화거래 방지에 참여하는 3선 구조의 방어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3선 방어체계 관련 금감원은 ▲은행 영업점이 수입대금 사전송금 취급 시 증빙서류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항목을 표준화했다. 의무 확인 항목은 거래상대방, 대응수입예정일, 거래금액 등이다. 

이어 ▲거래 후 표준 모니터링 기준을 마련하고 감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본점 외환부서의 이상 외화송금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금감원은 마지막으로 ▲은행 본점 내부통제부서의 사후점검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영업점 환류 등 사후점검 체계 마련하도록 했다.

정리하면, 시중은행은 자금세탁방지부를 통해 외환부서 모니터링 결과 발견된 의심업체에 대해 영업점에서 의심거래보고(STR)가 이행되지 못한 경우 점검을 강화하고, 이상외화송금업체 거래유형을 의심거래보고 추출 룰(STR Rule)에 추가해야 한다.

기존의 FATCA,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DS), 자금세탁 방지 등 업무시스템 개선이 하나로 연계돼 개편될 방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 AML, FATCA, FDS 내 데이터 모델링, 마이닝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다만, 각 시스템 내 규제 내용을 산입하는 것 만으로 대응이 가능할지는 현업, IT부서가 머리를 맞대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은행의 각 시스템 내에는 각각의 규제가 변경될 때 이를 반영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다만, 일부 외산 솔루션이나 유연하지 못한 아키텍처의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 연계 ▲데이터모델링 및 마이닝 과정 로스 데이터 발생 ▲성능 이슈 등으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은행권 고민이다. 

금융IT 업계에서는 ▲기존 시스템 부분 개선 ▲전면 개선 ▲로봇 업무프로세스 자동화 도입 등 3대 축에서 은행권이 고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지티원을 주사업자로 AML시스템 개선에 나선 수협은행 사례를 보면, ▲공통(디지털기술을 통한 자동화 및 효율화-AI, RPA, 사용자별(AML부서, 영업점) 접근성 및 사용성 개선) ▲고객알기제도(KYC) - 비대면 채널 고객확인 프로세스 개선방안 제시(대면/비대면 고객확인 DB 일원화) 등 ▲의심거래보고(STR) ▲고액현금 거래보고(CTR) ▲내부통제 ▲직원알기제도(KYE) ▲가상계좌/펌뱅킹 ▲가상자산 ▲환거래은행관리/외화 제재(SANCTION) ▲요주의 리스트 필터링(WLF) ▲위험평가(RA) ▲무역기반 자금세탁(TBML·Trade Based Money Laundering) ▲RBA(제도이행평가) ▲전사위험평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AI머신러닝 등 개발을 범위로 했다. 

기존 시스템 개선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면 개편에 가깝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수협은행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규제 대응에 RPA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금융IT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요건이 명쾌하게 나와야 개선 범위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임시 방편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이후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한 대형 IT개발 사업을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통적인 모델링, 마이닝 방식에 RPA를 더덕더덕 대는 방식으로는 비용은 비용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은행권 일각에서 주목하는 GPT 채택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자체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구축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정형 프로세스 및 정형 데이터를 운영하는 은행권에서는 한계를 보인 RPA에 더 이상 투자를 하는 데 무의미하다고 보고, 전행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GPT 도입을 적극 고심중이다. 

GPT는 변수가 많은 대고객 업무보다, 규제대응 등 컴플라이언스에 우선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 

이상거래탐지, FATCA, 자금세탁 방지 등 IT부문 개선은,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규제대응 모양새가 되지만, 장기적으로 은행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에 GPT 도입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가늠자 역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