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거듭하던 동부화재(대표 김정남) 차세대시스템 개발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본지 2012년 10월 25일자 ‘동부화재, 차세대 가동 내년으로 연기될 듯’ 제하의 기사 참조>

이로써 최근 3년간 추진돼 온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시스템 개발 중 비씨카드, 삼성증권, 동부화재 등 2금융권 사업은 성공의 열매를 맛보지 못했다.

특히, 이번 동부화재 차세대는 사전 PI를 비롯해 적어도 1500억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나 프로젝트 실패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그동안 리눅스 기반 메인프레임 자바로 개발중이던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하지 않는 것으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는 지난 1월 현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 지속 여부 및 개방형 표준계열에 적합한 ‘아키텍처’ 컨설팅을 가졌고, 4월에는 오픈시스템 기반 차세대 개발일정을 마련, 최근 SI업체를 상대로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동부화재 차세대 어떤 사업인가 = 동부화재 차세대 사업은 지난 2010년부터 추진돼 온 사업으로, 동부 CNI가 주사업자로, SK C&C와 IBM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추진돼 지난 2012년 12월 가동을 목표로 했다.

플랫폼은 자바 기반 IBM 메임프레임을 골격으로 가입설계 등 각종 업무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2010년 이전, CPC 전략 마련과 중장기 PI 수행 비용 수백억을 합하면, 동부화재 차세대 추진시기는 2010년보다 훨씬 이전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삼성증권 차세대 중단이 결정된 8~9월경, 이미 동부화재 프로젝트도 연내 오픈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2012년 9월경, 동부화재는 안용병 차세대 추진 총괄 상무를 전격 경질하고, 이근교 CIO가 차세대를 통합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양쪽 PM 모두 ‘서로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싸움을 벌이면서 그룹 감사 부서에 투서 및 진정이 난무하는 등 차세대 외적인 불안요인을 지속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IBM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는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우선, 동부화재 차세대 실패의 원인은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 차세대 실패 원인은 비씨카드와 비슷하게 봐야 한다. 대외계 및 EAI를 담당하는 솔루션이 메인프레임 용량을 크게 잡아,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최초 산정 용량의 2~4배가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1년 8월,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를 중단하고 유닉스 시스템으로 개편한 비씨카드 차세대는 당시 WMD 등 몇몇 솔루션의 문제점 때문에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WMD 솔루션은, 메인프레임용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통합 솔루션(EAI)으로 대외계 업무 중 전문을 변환해 주는 솔루션이다.

WMD는 솔루션 기본 탑재부터 메인프레임 용량을 20% 이상 크게 차지해 애초 기간업무 사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동부화재 차세대는 프로그램 작성 과정에서 고객의 요구, 즉 동부화재의 프로그램 변경 요구가 많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많은 공을 들여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화면을 제작해 화재 직원들을 상대로 확인을 거치면, 같은 업무에 대해 수차례 재작업 요구를 하는 등 발주처 횡포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기간은 정해져 있고, 업무량도 많은데 같은 업무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설명한 동부화재 PM과 동부 CNI PM 사이 갈등은 정보계 사업을 통해 불거졌지만, 차세대 개발기간 내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표출돼 다른 직원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1500억 산정 기준은 = 지난 2010년부터 추진돼 온 동부화재 차세대는 당시 총 4950M/M, 500억 이상의 SI 계약을 통해 시작됐다.

여기에 메인프레임 도입을 전제로 한 한국IBM과 체결한 OIO계약에 대한 비용이 약 500억 전후로 추정된다.

이미 1000억대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덧붙여 동부화재 인력이 약 400~500M/M가 투입됐고, 사전에 추진된 PI 비용을 합하면 적어도 이번 사업은 1500억대 규모가 된다.

다만, 동부화재가 유닉스 기반 차세대로 개편을 추진하면서, 구매한 메인프레임을 바이백(Buy-Back) 조건으로 되팔겠다는 입장을 보여, 일부 비용 보전은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유닉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추가 개발비가 적어도 300억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돼, 동부화재는 차세대 ‘학습비’로 적어도 1500~1800억 사이를 지불하게 되는 꼴이다.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동부화재 영업이익은 5100억원, 순이익은 3933억원이다.

연간 순이익에 약 40% 이상을 날려먹은 동부화재 IT. 감독당국의 전면적인 점검과 내부 책임자 문책론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