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을 통해 1조원대 투자비를 건네받은 NH농협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 상호금융 등 신용사업 중심 개편이 시급한 사안만 놓고도 1조원 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소식은, NH농협그룹의 장기적 IT 투자에 대한 절박함도 담겨 있다.

BI코리아는 지난주 NH농협그룹 고위 관계자 약식 인터뷰를 통해 나눈 얘기를 중심으로 향후 NH농협그룹의 IT 투자 전략을 풀이해 봤다.<편집자주>

◆컨설팅은 = 삼정KPMG, EY한영이 공동 수행한 컨설팅은 올초부터 약 8개월간 진행됐다.

현행 NH농협은행, 상호금융 IT 문제점 및 향후 추진될 IT 사업에 대한 분석으로 진행돼, ▲계정계 자바 프레임워크 및 x86 기반 리눅스 OS 도입 ▲UI·UX 개선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 및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 전면 개편 ▲AICC 및 인공지능 플랫폼 도입 ▲전산센터 운영방식 전면 개선 ▲상호금융 정보계 추진 ▲각종 대응 개발 등 적지 않은 사업이 나열됐다.

농협그룹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주 52시간 체계 등을 감안하면 1조원 규모 투자는 예측 가능한 대목”이라며 “현재 NH농협그룹의 1조원대 IT투자 여력을 충분한다. 단지, 이를 빅뱅방식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라고 전했다. 

◆“단계적 투자가 적절, 계정계 플랫폼 개편은 가장 나중에” = 이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컨설팅 결과를 모두 반영하는 점을 고려해 향후 4~5년간 단계적 IT투자가 적절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농협그룹 고위관계자는 “IT를 맡고 있는 경영진이나, 직원들 생각 모두 빅뱅 방식 추진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단계적 투자 방식 관련, 이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사안은, PI 컨설팅부터 추진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현업 업무 프로세스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IT부문을 개발해 현업 만족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PI컨설팅과 BPR 전면 재구축은 ESG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UI·UX 개편, 화면 개선을 먼저 시행하는 게 무난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농협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IT 투자를 시행한 여타 은행들이 차세대 가동 후 정작 최종 사용자들이 바뀐 화면에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하게 지원하지 않아 조작자 실수 등이 빈번학데 발생한다”며 “IT 백본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되든, 본부부서 및 영업점 사용자는 자신이 익숙한 화면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이른바 영업점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텔러들조차 한목소리 말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HTML5 도입 관련, 이 관계자는 “시대적 대세를 따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영업점 단말에 굳이 HTML5 도입이 적절한가 여부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핀패드, 통장정리기, 지폐계수기, 인감인식기 등 약 10~15종의 단말 주변기기를 부탁하는 영업점 단말까지 HTML5 구조가 필요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추가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소, 늦은감이 있는 상호금융 정보계 개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상호금융 입장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상호금융 IT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NH농협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기존 비용에 덧붙여 추가로 비용을 내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NH농협은행 정보계가 따로 추진됐던 당시 상황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호금융 정보계가 전면에 나서면, 은행-상호금융 IT부문 개편의 이같은 밑그림이 우선순위 뒤로 밀리게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NH농협그룹 고위 관계자는 “상호금융 정보계는 NH농협은행 정보계를 상호금융 모델로 개선, 초저비용-단기간에 구축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NH농협그룹은 약 600억원 규모의 상호금융 정보계 개편 예산을 마련했지만, 연내 추진하지 못했다.

PI컨설팅, BPR 재구축, UI·UX 및 화면 전면 개선 과제 등 사이사이에는 AICC 및 인공지능 플랫폼 도입 같은 IT 투자가 포진해 2~3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NH농협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정계 플랫폼 개편을 가장 나중에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최근에도 자주 언급되는 리눅스 운영체제 불안 요소 등이 해소되고, 자바 개발인력의 기술적 성숙도가 더 올라가면 그만큼 개발생산성이나, 참조모델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명쾌한 계획에도 여전히 1년 임기 CIO 체제, 고도화되지 못하고 있는 농협 IT부문의 업무프로세스 등은 당장 해소해야 할 과제라는 점은 여타 농협 IT 부문 직원들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이제, 농협그룹은 IT부문 플랫폼 교체의 단 한번에 타이밍만 남았다. 이제 그 시기를 놓치면 더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는 이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명쾌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