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선진적인 IT투자로 명성을 이어가던 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이 이번에는 고객 데이터 정비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17일 기업은행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이 고객 데이터 플랫폼 개편을 위해 ‘커스터머 링크 플랫폼(CLP)’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참여제한을 풀지 못하고 고전중이라는 소식이다. 

CLP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의 다른 정의로, 이른바 기준정보 정비 사업으로 일컬어진다. 

통상 CDP로 불리지만, 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계정계 데이터를 이관, 기준정보 운영 서버에서 따로 적재·추출·가공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링크’로 이름을 걸어 CLP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사업 규모가 300억원이 넘고, 따라서 대기업 참여제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내부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가공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대기업이 나서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사업규모 때문에 ‘대기업의 공공소프트웨어사업자 참여제한 예외사업’ 적용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어놓는다고 해도,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대형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기업은행)이 대기업 참여를 원하는 이유는 단순한 거 아니냐”며 “사업은 벌여놓고 꽁무니 빼고 뒤에 앉아서 책임을 안지겠다는 꼼수다. 우리가 왜 그 사업에 발을 담그나, 마진도 별로~”라고 일갈했다. 

약 14~16개월로 추정되는 사업기간에 300억원 예산이 현재 인건비, 주 52시간 구조에서 많이 부족하고, 결국 밑지는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예산 부족, 낮은 충성도 등 기업은행 IT 헛발질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 우려가 높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