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계속된다. 계속 말해야 달라진다. 

금융IT 업계 오랜 입찰문화에 대한 지적이다. 

최근 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이 사업자 선정을 마친 ‘개인 스마트 뱅킹 개편’ 관련, 사업비용 후려치기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BI코리아가 입수한 자료,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입찰 과정 등 곳곳에서 부실 개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기업은행은 작년부터 개인 스마트뱅킹 개편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 BI코리아가 입수한 기업은행 올 6월 작성 '개인 스마트뱅킹 전면 개편 추진(i-ONE Bank 3.0)' 사업계획서 일부 내용 발췌.

예산 작업을 위해 기업은행은 개발, 통합검색, 손글씨 OCR, 공과금 지로용지 OCR, 서류 CROP, 특징점 추출, 푸시 발송 솔루션 등에 대한 견적을 받는다. 

견적은 ▲개발 및 UI·UX 및 통합검색 ▲AIX 서버 자원 증설(메모리, CPU) ▲PDF뷰어 ▲신분증 OCR ▲손글씨·공과금 지로용지 OCR, 서류 CROP ▲특징점 추출 ▲푸시발송 ▲감리 등을 대상으로 했다. 

개발 및 UI·UX 관련 A사 79억 7446만 6500원, B사 117억 1384만 5000원, C사 159억 7311만 4779원으로 견적을 제출했다.

지난 6월 기업은행이 작성한 예산을 보면, ▲개발(6002FP) 60억 3662만 5000원 ▲UI/UX(113M/M) 17억 7284만 1000원 ▲앱 접근성 진단 및 인증 3300만원 ▲통합검색 솔루션 1억 3200만원 등을 책정한다. 

이들 금액을 다 합해보면, 올초 기업은행이 받은 견적 중 A사가 써낸 가장 낮은 79억 7446만 6500원과 사실상 동일한 79억 7446만 6000원을 예산을 만들게 된다.

지난 9월 기업은행이 통합발주한 '개인 스마트뱅킹 전면 개편 추진' 부문이다. 

▲ BI코리아가 입수한 기업은행 올 6월 작성 '개인 스마트뱅킹 전면 개편 추진(i-ONE Bank 3.0)' 사업계획서 일부 내용 발췌.

다른 분야도 비슷하거나 똑같다. 

PDF 뷰어도 A사 825만원, B사 990만원, C사 1100만원 등이 견적했고, 예산에는 825만원이 반영됐다. 

다만, PDF뷰어는 구독형 모델로 이번에 반영된 예산은 기존 v21.07 버전에서 v23.11 버전으로 기술지원 비용이다. 

또 기업은행은 ‘손글씨, 공과금 지로용지 OCR, 서류 CROP’를 묶은 견적에서 A사 1억 5400만원, B사 1억 6500만원, C사 1억 7575만원을 제출받아 예산은 A사랑 같은 1억 5400만원을 책정했다. 

나머지 솔루션 견적은 1개 업체에서만 받았다. 

메모리, CPU 증설은 A사 단일 제안, 4억 6167만 6000원을 예산으로, 신분증 OCR은 수의계약을 내세워 1억 8150만원을(유지보수 12%) 그대로 예산에 반영했다. 

특징점 추출(1 copy) 5500만원, 푸시발송 2억 5309만 9000원을 1개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그대로 예산에 반영했다.

▲ BI코리아가 입수한 기업은행 올 6월 작성 '개인 스마트뱅킹 전면 개편 추진(i-ONE Bank 3.0)' 사업계획서 일부 내용 발췌.

논란은 여기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전면 개편이 필요한 시스템을 여전히 유닉스 기종을 운영하고 있고, 비대면 인프라 전체의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 제대로 된 개인 스마트뱅킹 서비스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출신 한 관계자는 “수년째 이어온 비 IT 출신 CIO가 현 문제의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감성태 행장 조차 디지털 금융을 아이디어 몇 개 내놓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응 중이다. 기업은행 비대면 채널은 인프라까지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저예산에 땜질식 처방 논란까지, 기업은행 개인 스마트뱅킹은 가동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