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여 속도전을 내던 HUG주택도시보증공사(대표 유병태, 이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아직 사업 자체가 폐기될 위기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약 30개월 프로젝트 전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2024년 9월, 입찰을 통해 아이티센앤텍(옛 쌍용정보통신)을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같은해 12월 계약 체결, 약 2~3개월전부터 인력을 투입해 분석ㆍ설계에 한창이다.

이번 사업은 핵심 프로젝트 698억 4684만 1000원에 덧붙여 SW 직접 구매 비용 67억 3404만 1000원 등을 합해 약 765억 8088만 2000원 예산에 이른다.

5일 LIG시스템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LIG시스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아이티센앤텍(옛 쌍용정보통신)이 맺은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배경은, 주사업자 자격을 가진 아이티센앤텍(옛 쌍용정보통신)의 ‘주사업자 비율(사업비 기준)’이 입찰조건 50%에 미치지 못하는 48%에 불과해 제안부터 당연무효라는 주장이다.

▲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과업지시서 내 주사업자 인력 비율.(출처 :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배포 제안요청서 일부 내용 발췌)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2월 13일 나라장터에 주택도시보증공사 차세대 사업의 계약 정보(나라장터 확정계약번호 : 21243178400)가 공개되면서, 이번 사업에 대한 기술 협상과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통상 공공 발주 사업에서 제안내용에 하자가 있거나 요구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불공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요구사항 미충족으로 기술 협상에서 배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아이티센텍(옛 쌍용정보통신)이 맺은 HUG차세대계약정보(20241227) 갈무리 화면.

그런데 입찰을 맡았던 부산지방조달청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3개월여의 기술 협상과 계약 체결 과정을 이어갔고, 이 때문에 계약은 무효라는 게 LIG시스템 주장이다.

계약 과정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계약 시점에 주사업자 지분율을 당초 요구사항에 맞춰 수정해 달라고 조달청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 것.

즉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조달청에 아이티센앤텍(옛 쌍용정보통신)의 48% 제안 내용을 임의로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달청 담당자는 입찰 당시의 사업자 지분율을 계약 시점에 수정하면 안되는 규정을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 그리고 아이티센앤텍(옛 쌍용정보통신)의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LIG시스템 관계자는 “수개월 논의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역시 고객 아니냐”며 “해당 부서, 경영진의 치열한 토론 그리고 내외부 적지 않은 수의 법률자문 등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처분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계약 파기까지 가능할까 하는 논쟁이 핵심이었다”며 “불법행위를 발견하고도, 묵인할 경우 LIG시스템 직원들이 배임이 될 수 있고 또 한번 해보자는 의견이 있어 법적으로 대응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실제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일부 인력 LIG시스템 보전을 통한 합의 가능성’, ‘본안소송 승소에 따른 사업 중단 가능성’ 등 여러 의견을 보였다. 

이와 관련, 쌍용정보통신 관계자는 “이미 2개월 넘게 인력이 투입돼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이제 와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소송 송달이 전해지는 대로 내부 협의를 거쳐 대응할 예정”이라고 짤막하게 입장을 전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